내가 미처 몰랐구나
- 날 짜 : 2023년 7월 9일 주일
- 찬 송 : 419장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
- 성 경 : 창세기 28:16~19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16)
에서가 들로 나가 사냥을 하며 모험을 즐기는 외향적 성향이었다면, 야곱은 장막에 머물며 죽 만들기를 즐기는 내향적인 성향이었습니다. 즉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이는 잘못을 범하고는 위협을 느낀 나머지, 자신을 특별히 사랑해 준 어머니 리브가마저 뒤로한 채 허겁지겁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달아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창세기 28장은 그러한 야곱이 한밤중에 황량한 들판에서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돌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지금 야곱의 처지는 자신이 계획했던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밤에, 그 황량한 들판에서 야곱은 하나님 체험을 합니다. 그가 잠에서 깬 후 놀라움 가운데 고백하는 말이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다른 성경 번역은 야곱의 첫 말을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몰랐다는 것일까요? 외롭고, 실패한 것 같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고, 후회가 끝없이 밀려오는 것 같은 삶의 한복판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것입니다. 지금 자기가 이런 처지가 되었는데, 그래서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nowhere)고 불평했는데, 하나님이 그런 자기와 지금 함께하신다
(now here)는 놀라운 체험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야곱은 “두렵도다 이 곳이여(17).”라고 고백합니다. 널려 있는 돌 중에 하나를 가져다가 베개 삼고, 풀과 밤이슬을 이불 삼아 누운 이곳이, 무엇 하나 갖춰진 것 없는 형편없는 자리, 망나니처럼 내 멋대로 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그런 버려진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집으로 향한 하늘문임을 깨닫고는 자기도 모르게 터진 고백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먼 데 계셔서 지금의 나를 관조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나와 함께해 주시는 분입니다. 야곱과 같은 깨달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내 처지와 형편을 핑계 삼지 않고 유혹과 시험을 넉넉히 이기면서 바르고 경건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내 삶이 누군가를 하나님의 집으로 안내하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
최효석 목사 _ 무지개언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