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를 담은 구유
- 날 짜 : 2022년 12월 25일 주일
- 찬 송 : 119장 옛날 임금 다윗성에
- 성 경 : 누가복음 2:8~12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12)
막사발은 조선 시대 서민들이 밥도 담고 국도 담고 막걸리도 따라 먹던 생활 그릇입니다. 그런데 천한 용도의 이 그릇이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귀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상류층들이 여기에 차를 담아 마시면서 일본 다도(茶道)문화의 보물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것은 황금 3천 근의 가치로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밥을 담으면 밥그릇, 국을 담으면 국그릇, 개밥을 담으면 개밥그릇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그릇에 차를 담으면 찻잔이 되고, 보석을 담으면 보석함이 되니 참 신비한 일입니다. 만왕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이 최초로 몸을 누인 곳은 말구유였습니다. 예수님 쪽에서 보면 놀라운 겸손입니다. 반대로 말구유 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은총입니다. 냄새나는 가축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핥아대던 구유가 우주의대 주재이신 하나님의 독생자를 품었으니 말입니다. 비록 예전에는 가축 먹이통에 불과했을지라도 예수님이 귀한 몸을 의탁하신 이상, 누가 뭐래도 구유는 주님의 첫 요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구유 같은 존재들입니다. 더러운 욕심과 냄새나는 죄에 물든 우리 안에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과거 우리 쓰임새가 어떠했든 상관하지 않고 기꺼이 찾아오셨습니다. 막사발 같던 우리 삶이 예수님을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받았습니다. 귀하디귀한 분을 품은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구분해 놓은 귀천(貴賤)의 기준에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어쩌면 말구유보다 훨씬 더러운 삶이지만 예수님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우리 안에 기꺼이 임하고 거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천사들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목자들에게 먼저 전했습니다. 들판에서 추운 밤을 보내며 양을 치던 목자들 역시 어찌 보면 막사발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탄의 복된 소식은 그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졌습니다. 그들은 또 다른 말구유들이었습니다. 구유처럼 보잘것없던 우리가 예수님을 모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분을 담은 복된 그릇이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성탄의 은총입니다.
류성렬 목사 _ 나무십자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