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
- 날 짜 : 05·14(화요일)
- 찬 송 : 515장 눈을 들어 하늘 보라
- 성 경 : 에스라 9:8~9
- 요 절 : 이제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잠시 동안 은혜를 베푸사 얼마를 남겨 두어 피하게 하신 우리를 그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과 같게 하시고 우리 하나님이 우리 눈을 밝히사 우리가 종노릇 하는 중에서 조금 소생하게 하셨나이다 (8)
목수일이 생계였던 시인 유용주의 ‘못’이라는 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못은 그대 향한 집중 파탄이다/ 단절과 단절 화해시키는 불가슴이다 … 못은 상처를 위한 가장 뚜렷한 파탄/ 좋은 목수들 끈질기게 못질 계속한다/ 그리하여 못은 파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가려 하는 것에만 전력투신한다.” 거친 일판에서 땀을 흘리며 못질을 하는 사람의 과묵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목수의 손마디마디로 전달되는 나무의 떨림이 느껴집니다. 망치의 타격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깊숙이 나무속으로 파고드는 못의 치밀함과 치열함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시인은, 아니 목수는 이 시를 이런 고백으로 마무리합니다. “모든 사랑은/ 빛나는 상처의 못박힘들이다.”
에스라 9장은 에스라가 예루살렘의 현실을 보면서 탄식하고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갔던 유대인들의 일부가 주전 538년 바사 왕 고레스의 칙령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 80여 년이 지난 후 두 번째 유대인의 무리가 예루살렘에 도착했는데, 이들의 지도자가 에스라였습니다. 에스라는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철저하게 인정하며 부끄러워합니다. 감히 주님 앞에 설 수 없는 더럽고 가증한 죄인임을 자백하며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처절한 회개 기도의 한복판에 마치 못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는 고백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베푸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우러르며 드리는 고백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얼마를 남겨 두어 피하게’ 하셨습니다. 남은 자를 통해 소망의 끈을 이어 가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눈을 밝히사’ 비록 완전하지는 않으나 ‘조금 소생하게’ 하셨습니다. 그 남은 자들이 ‘하나님의 성전을 세우고 무너진 것을 수리하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작고 연약한 우리에게 ‘울타리’를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이 기도에서 “우리를 거룩한 처소에 박힌 못과 같게 하시고”라는 표현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하나님이 거하시는 거룩한 곳에 못처럼 깊고 단단하게 박힌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최고의 목수가 빛나는 은혜의 손길로 끈질기게 두들겨, 마침내 거룩함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 보며 감사합니다.
손성현 목사 _창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