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9

자책을 넘어

  • 날  짜 : 2023년 4월 9일 주일
  • 찬  송 : 290장  우리는 주님을 늘 배반하나
  • 성  경 : 누가복음 24:36~48  이 말을 할 때에 예수께서 친히 그들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니(36)

‘자책(自責, 스스로를 책망함)’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생전에 주님을 뵙지 못한 우리도 믿음 없는 자신을 자책할 때가 많은데, 예수님과 함께한 세월을 송두리째 저버리고 도망해야 했던 제자들은 오죽했겠습니까? 체포되는 스승을 외면한 채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인생들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책 속에서 하릴없이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은 세파(世波)앞에서 늘주님을 배반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과 닮았습니다.

제자들의 모습만 본다면, 예수님의 제자 양육은 완벽한 실패로 보입니다. 십자가 죽음을 통해 마치 그것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제자들에게 깨끗한 실패를 안겨 주셨습니다. 그 결과 ‘누가 예수님의 오른편에 앉을 것인가’를 셈하던 제자들, 놀라운 기적과 말씀을 경험하며 성공에 취해 있던 제자들은 간데없고 자책과 실망에 쪼그라든 실패자들이 남았을 뿐입니다.

사정이 이러했기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찾아 제일 먼저 평강을 주신 것은 당연한 일로보입니다. 자책하는 제자들의 마음을 추슬러 다시 제자로 세우시고 부활의 증인으로 파송하십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력자로 만들어 세상에 파송해야 할 것 같은데 실패자로 만들어 파송하셨다는 점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부활하신예수님을 따르려면 ‘자기 부인’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8:34).” 그런데 사실 인간은 자기 부인이 잘 되지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할 수 없는 자기 부인에 이르도록 제자들에게 완벽한 실패를 경험시키신게 아닐까요? 완벽한 실패 경험을 통해 제자들은 자기 부인에 이르렀고, 비로소 예수님을 따르는 참제자,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 만드는 것은 대단한 믿음 성취가 아니라 자기 부인임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부활절을 맞이했어도 여전히 믿음이 작은 우리지만, 주님은 실망하지 않으십니다. 실의에 빠진 제자들을 찾으신 예수님의 모습에 어떤 실망과 책망이 있습니까? 우리의 신앙은 앞으로도 실패, 배신, 도망을 반복하겠지만, 괜찮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온전한 자기 부인으로 이끌고 계신 부활의 주님이 우리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자책을 넘어자책을 넘어 자기 부인의 사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까?

 

하나님, 늘 작은 믿음에 부끄럽지만 자책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도무지 주님의 부활을 믿지 않는 세상, 자기를 앞세우기에 발 빠른 세상에서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의 삶을 살도록 주님, 우리 안의 자기를 깨끗이 지워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부린 목사 _ 동이마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