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성명법을 아는가
2007-07-22 02:39
관리자
1396
通姓名 법을 아는가
1930년대 말엽, 그때를 이제는 옛날이라 해야 될지, 근대(近代)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그 시기에 어른들로부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 통성명으로 사귀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랐다.
통성명법(通姓名法)이란 이렇다.
가령, 동네 누구의 사랑방에서 주인의 소개로 갑(甲)이란 사람이 을(乙)이라는 사람과 인사교환을 하고자 한다면, 얼른 자세를 바꾸어 무릎을 세우고 조아리면서,
갑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〇〇〇입니다.”
을 “피차 그렇습니다. 제 이름은 〇〇〇입니다.
갑 “저는 양친시하(兩親侍下)입니다.”
을 “다복하십니다. 저는 자친시하(慈親侍下)입니다.”
갑 “앞으로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을 “웬 말씀을. 제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용어는 달리할 수 있어도 내용은 이래야 한다.
이상은 비슷한 연배와의 간단한 기본 인사이고, 상대의 나이나 신분이 상위라면 이쪽은 좀 더 겸손한
예어들을 써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불민해서 미처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〇〇〇라고 불러 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릅니다. 잘 가르쳐 주십시오” “저에게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오.”
등이다.
인사법은 그 나라 그 민족의 문화의 단면이요,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전에는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봐서 그 가문을 평판했다
옛날 우리의 인사법을, 다른 민족들의 것과 견주어 보라. 이 얼마나 정중하고 신사적인 예절인가!
세계 어디에 또 이런 인사법이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겨레를 “예의지국”(禮儀之國)이라. 또는
“동방의 등불”이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이 예의지국의 빛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오늘의 세대들은 통성명이란 어휘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몇 10년 전까지 만해도 나이 차이가 좀 많은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려면면 “말씀 낮추세요.” “놓고 말씀하세요.” 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말을 좀처럼 들어 볼 수가 없다.
손자 벌이나 되는 젊은인데 하고 반말이라도 할까하다가도 기분이 상할까 해서. 까듯이 존대어로 묻고 대담하면, 자기 애비보다도 10년이나 위인 어른인 줄 알면서도 하나 어려워하는 낯빛도 없이, 꼬박꼬박 존대어를 다 받아 삼킨다.
이처럼 세태는 많이 변했는데, 내가 따라서 변하지 못하니 그 것이 문제이다. 그저 먼 산을 바라보며 장탄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