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의 詩

2007-04-04 09:00 관리자 1102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 석 헌
만 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운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믿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하니라.
그도 행복이니라.
그 둘을 가진 이 세상도 행복하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의 무덤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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