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의 헌금기도를 들으며
2007-11-15 02:14
관리자
3023
며칠 전, 주일예배에서 어느 목사의 헌금 기도를 들으면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외교관이었던 순우곤(淳于騉)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순우곤은 제(薺)나라 사람으로 익살스럽고 변설에 능한 신하였다.
위왕(威王) 8년에 초(楚)나라가 크게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침공해 들어왔다.
위왕은 조(趙)나라에 원군(援軍)을 요청하기 위해 순우곤을 파견하면서, 황금 100근과 수레 열 대를
예물로 가져가게 하였다. 이때 순우곤은 갑자기 앙천대소를 하는 바람에 갓끈이 끊어졌다.
왕 : 왜, 웃는가? 예물이 적다는 말인가?
순우곤 : 아니오이다. 신이 감히 그럴 수 있으오리까.
왕 : 하지만 웃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순우곤 : 실은 신이 얼마 전 동쪽으로부터 오다가 길가에서 풍작을 기원하는 한 농부를
보았는데. 그 사람은 겨우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차려놓고,
“높은 밭에서는 바구니에 가득,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이여! 풍성하게 익어서 집안에 가득 넘치게 하소서”
라고 빌고 있었습니다. 그 농부 생각이 나서 그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순우곤의 말뜻을 알아차린 위왕은 처음에 제시했던 예물보다 열 배가 되는 황금 1천근과,
사두마차(四頭馬車) 100대, 백벽(白璧) 10쌍을 보냈다.
순우곤이 조나라에 당도하자, 조나라 왕은 흔쾌히 정예군 10만과, 가죽으로 장식한 수레 천량을
지원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 구대는 한밤중에 황급히 철수고 말았다.
이 고사는 사마천(司馬遷)이 쓴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돈제일주”(豚蹄一酒) 이야기이다.
헌금기도, 이는 감사하여 드리는 봉헌기도이지, 축복기도일 수는 없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와 복은 한없이 많사온데, 저희는 이 적은 것을
감히 감사의 헌물로 드립니다. 우리의 무성의와 허물을 용사하시고 받아 주소서“
라고, 떨리는 마음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구겨진 천원자리 지폐 몇 장을 드리고 송구한 마음도 없이 비는 축복기도는 오만 가지이다.
깊이 뉘우쳐야 하지 않을까!!
해마다 맞는 추수감사절이다. 진정 감사절에 걸 맞는 봉헌과 감사의 예배를 드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