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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쓴 전래동화 - 구어축제 마을(소금과 고무래)

작성자
노재신
작성일
2021-03-04 13:14
조회
235

어느 나라에 왕이 있었습니다.
이 왕은 귀가 큰 왕이었기에 때론 백성들은 왕의 귀를 보고 당나귀 왕이라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왕은 자신의 큰 귀를 갖고 당나귀 왕이라 함에 매우 화가 났지만 한 충신의 말에 왕은 자신을 향해 당나귀 왕이라 놀리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전하, 백성들이 전하의 외모를 두고 당나귀 왕이라 함에 노여워만 하지 마시고 전하를 향한 하늘의 뜻을 헤어려 보심이 지혜로움이라 생각되옵니다."
"네 이놈, 백성들이 짐의 귀를 두고 당나귀 왕이라 놀리고 있거늘 거기에 무슨 하늘의 뜻이 있다는 것이냐?"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귀가 크다는 것이 반드시 흠이라고만 할 수 없음이라 사료되옵니다. 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백성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바, 하늘은 전하께서 백성들의 소리를 더 크고 선명하게 잘 들어 성군이 되라 하심인 줄 아뢰옵니다."

왕은 어린 시절부터 큰 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충신이 고한 지혜로운 말을 듣고 난 후로부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흠~~~ 백성들의 말을 잘 들으라 귀가 남들보다 큰 것이로구나! 그렇지 하늘님이 내게 벌을 주신 것이 아니라 복을 주신 것이로구나!"

이처럼 왕은 자신의 외모로 폭군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남들보다 큰 귀를 갖고 있었던 영향이었던지 선대 그 어떤 왕들보다 신하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혜로운 왕이었던 것입니다.

이 당나귀 왕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듣기 위하여 왕의 신분을 감추고 시찰을 다니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왕의 귀에 괴이한 소문이 들려 왔습니다.
한 마을에 하늘의 뜻을 거역한 사람들이 모여 해괴한 축제를 벌이고 있음이라 소문이었습니다.
왕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곧 바로 잠행을 떠나 구어축제 마을을 찾아 떠났습니다.

당나귀 왕이 마을에 도착하였을 때 역시나 그 마을은 구어축제가 한참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축제의 이름은 '구어축제'로 많은 물고기를 잡아 하늘에 감사를 드린다는 축제였지만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어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동들이 참으로 해괴망측한 모습들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어축제 마을 사람들은 여느 마을과 다르게 남녀가 한 쌍을 이룬 것이 아니라 남남이 한쌍을 이루거나 여여가 한 쌍을 이루는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아니 이런 고연 것들이 있나.... 자고로 우리 나라는 하늘의 뜻을 따라 행하는 미풍양속이 있으며 예가 살아 있음인데 어찌 이런 해괴망측한 일들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이 넘들을 가만 두지 않으리라!"

당나귀 왕은 그들의 해괴망측한 구어축제를 보고 기분이 상하여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도 당나귀 왕은 자신에게 하늘이 주었다 믿은 귀한 재능를 활용해 마을 사람 중 하나를 불러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여보시오. 어찌 이 마을의 사람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다르게 남남이거나 여여가 쌍을 이루고 있으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음인것이요?"
"아니 이 양반아, 어디 세상엔 남과 여만 존재하겠는가? 하늘이 우리에게 하락한 성은 남이 남이 아니며 여가 여가 아닌 그런 성이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남이 남이 아니고 여가 여가 아니라니... 세상에 그런 말은 내가 처음 듣는 것 같소!"
"하~~ 이 양반 답답한 양반이네... 어찌 남이 여만을 좋아 해야하며 어찌 여라 하여 남만을 좋아 할 수 있단 말인가? 때론 남이라도 남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이고 여라 하여도 같은 여를 좋아 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들은 그렇게 태어났소.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그리 태어나게 했단 말이요."

"아니 그렇다 하여도 어찌 그런 일이 있단 말이요. 나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소!"
"아니 참 귀여운 양반일세, 어디 당신의 상식이 하늘의 뜻이요? 어디 당신의 상식이 하늘의 뜻 보다 크다할 수 있단 말이요. 자! 저들을 보시요. 저들 모두가 하늘의 뜻으로 그리 태어난 이들이니...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당신의 상식을 바꾸시오. 당신의 상식은 낡은 과거의 지식에 불과한 것이니 말이오."

"아니 그대는 내 상식이 틀렸으니 오히려 내 상식을 바꾸란 말이요? 어허 참, 이거 내 상식으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일세!"
"나도 답답하오. 당신의 그런 낡은 상식으로 세상의 이치를 다 꿰뚫을 수 있다 생각을 하오! 예끼 이 양반아 정신 차리시오. 자 하늘이 우리를 이렇게 태어 나게 했으니 그것이 하늘의 뜻일 것이고 또 하늘의 뜻은 서로 사랑하라 하였으니 우리도 사랑을 하려 함인 것이고 하늘이 우리를 향하여 행복하라 하였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려 하는 것인데... 뭐가 틀렸단 말이요? 당신네들도 우리와 동일하지 않소? 당신네들은 사랑을 하지 않소? 당신네 들은 행복하려 하지 않소? 사랑과 행복이 당신네들의 전유물이라도 된단 말이요? 우리는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것 뿐이니 당신도 괜히 하늘의 뜻을 알지도 못하면서 알량한 당신들만의 상식으로 우리들을 판단하거나 정죄하려 들지 마시요. 하늘의 뜻은 나라님도 거역할 수 없는 것임을 정녕 알지 못한단 말이오?"

당나귀 왕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런 것 같고 또 생각하면 아닌 것도 같고 해서 말입니다.

그 후 당나귀 왕은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내 상식이 온전한 하늘의 뜻은 아닐 것이고.... 저들의 모습과 저들의 생각을 들으니 무조건 하늘의 뜻이 아니라 할 수도 없고.... 거 참 어찌한단 말인가!'

당나귀 왕은 고심에 빠졌습니다.
'만약 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세상은 혼잡해 질 것인데.... 이들 또한 내 백성임에는 분명하니.... 무조건 내칠 수도 없으니....'

당나귀 왕의 고심은 매일 매일 깊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수심가득한 왕의 안색을 보고 충신이 물었습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요즘 무슨 큰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게 보이는가! ㅎㅎㅎㅎ 고민이라 하면 아주 큰 고민이 있긴 있음이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무슨 일로 그리 수심이 깊어지신 것인지요?"

당나귀 왕은 신하에게 고어축제 마을에서 본 일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당나귀 왕의 이야기를 들은 신하가 물었습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글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단 말이요. 하지 말라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저들의 해괴한 일들을 방치하고 저들이 하는 일들을 옳다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요."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제게 한 방책이 있습니다."
"아니 그 방책이란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어서 속히 말해 보시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
"아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는 빼고 어서 말해 보란 말이요?"
"전하... 그렇다면 고어축제 마을 사람들이 저리 된 것이 하늘의 뜻이라 말을 한다 하니 진정 하늘의 뜻이 어디 있는 지 저들을 시험하여 보심이 어떠하신지요?"

"아니 어떻게 저들의 행위가 하늘의 뜻인지 아닌지 시험을 할 수 있단 말이요?"
"전하, 저들이 원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십시요."
"아니 어찌 대감은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을 하는게요? 어찌 그것이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는 시험이라 할 수 있는 것이요?"

"전하, 저들이 구어축제를 벌이며 살게 하시되 저들이 마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으시고 저들 마을에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으시옵소서. 그리고 그대로 두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하늘님이 그들에게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줄 것입니다."

"대감, 대감의 말은 이해를 못하겠소. 어찌 하늘님이 스스로 하늘의 뜻을 저들에게 보인단 말이요?"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분명히 하늘님은 스스로 하늘의 뜻을 저들에게 보이실 것이옵니다. 다만 시간을 길게 두고 인내하심으로 기다려 보신다면 반드시 하늘님이 그들에게 스스로 하늘의 뜻을 보여 줄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래 진정 대감의 뜻이 그러하다면 짐이 노대감의 뜻을 다 이해는 못하지만 노대감의 뜻대로 이행하리다."

당나귀 왕은 충신인 노대감의 말대로 행하였습니다.
구어축제 마을 주변으로 울타리가 둘려졌고 병사들을 시켜 지키게 함으로써 그 누구도 들어가거나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 조치 하였습니다.

신하들은 이를 두고 서로 나뉘어 분쟁의 조짐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자 구어축제 마을 사람들은 신이 났습니다.
비록 마음대로 드나들진 못한다 하여도 왕이 자신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여 준 것이라 자축하며 자신들이 행하고픈 대로 음란히 행하여 구어축제로 나날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변함이 없을 것 같은 구어축제 마을에 하늘님이 스스로 하늘의 뜻을 보일 것이라 진언하였던 신하도 죽었고 구어축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논쟁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습니다.

당나귀 왕은 구어축제 마을 사람들이 어찌 살고 있는가 보기 위하여 구어 축제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20년 전 그리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구어축제 마을은 어느덧 폐가들로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생기 넘쳐 보이던 마을은 언제 그랬던 적이 있었냐는 듯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는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는 죽음의 마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구나! 하늘이 스스로 하늘의 뜻을 드러낼 것이란 말이 이런 것이로구나! 대감이 내 곁을 떠난 이후 나는 빛을 잃은 듯 외로왔는데 오늘 따라 더더욱 노대감의 모습이 그리워 지는그려.... 일만의 거짓이 하나의 진실을 이길 수 없는 법이거늘... 이 또한 지나갈 것인데.....그래 이제 하늘의 뜻을 분명 보았으니 내 하늘의 뜻을 명백히 내 백성들에게 전할 것이로다."

당나귀 왕은 확신에 가득찬 얼굴로 궁궐로 돌아왔습니다.
당나귀 왕은 칙령을 통해 하늘의 뜻으로 '구어축제'는 금지시켰으며, 구어축제 마을 사람들이 행한 해괴한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금지행위로 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행하는 구어축제와 하늘의 섭리를 파괴하려는 행위는 발견될 시 외딴 곳으로 보내 평생을 살도록 할 것이라 명하였습니다.

이후 구어축제 마을을 두고 사람들은 하늘님이 소금을 끌어 모으는 고무래와 같이 징계하였다 하여 '소금과 고무래' 마을이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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