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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여정, 부부갈등 본질을 본다.

작성자
오재영
작성일
2021-01-19 07:08
조회
987
1.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내 곁을 떠난 지 4년, 밥도 할 줄 모르는 남편과 아이를 두고 떠난 아내의 심정이 오죽했을까마는, 나는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가슴 아팠다. 언젠가 출장을 떠나기 위해 이른 새벽 아이에게 아침밥도 챙겨주지 못한 채 서둘러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전날 먹다 남은 밥이 조금은 남아 있었기에 계란찜만 얼른 데워놓고 잠이 덜 깬 아이에게 대충 설명을 한 뒤에 출장지로 내려갔다.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피곤한 몸에 저녁밥 걱정은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을 벗어던지고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그 순간 푹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물과 라면 가락이 침대보와 이불에 퍼지는 게 아닌가? 뜨거운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녀석이! 나는 옷걸이를 들고 달려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의 등과 엉덩이를 마구 때렸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화가 난 나는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아들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 든 손을 멈추게 했다.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먹었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었는데,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오시질 않아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가스레인지를 만지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로 라면을 끓여,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이불속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다. 아빠인 내가 먹을 라면이 식지 않게 하려고...

아들은 친구에게 빌린 장난감 때문에 내게 얘기하는 걸 깜빡 잊었다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나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펑펑 울었다.

한참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다. 라면 국물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 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던지 자면서도 흐느끼고 있지 않은가? 녀석의 손에는 엄마의 사진이 있었다.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었다. 1년 전 아이와 그 일을 당한 후,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하느라고 나는 나대로 신경을 많이 썼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 얼마 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간다. 다행히 아이는 티 없이 맑게 커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에게 또 한 차례 매를 들고 말았다.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허겁지겁 조퇴를 하고 돌아와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다가 동네 문방구 오락기 앞에서 아이를 만났다. 너무나 화가 나서 나는 아이를 때렸다. 그런데 아이는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은 유치원에서 엄마들을 모시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며 자기 방에서 꼼짝 않고 글 쓰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하늘에서 아내가 미소 짓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나는 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나올 때쯤 아이가 또 일을 저질렀다. 회사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동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안 쓴 장난 편지를 100통이나 넣는 바람에 바쁜 연말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다.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를 또 들었다. 아이는 이번에도 잘못했다는 소리만 했다. 난 아이를 한쪽 구석에 밀쳐놓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 뭉치를 받아 왔다. 그 뭉치를 아이 앞에 던지며 도대체 왜 이런 장난을 쳤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아이는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저미는 듯한 슬픔이 내 눈시울을 적시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는 터라 나는 아이에게 애써 눈물을 감추며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느냐고, 그러자 아이는 우체통의 구멍이 높아 키가 닿지 않았는데, 요즘 다시 서보니 우체통입구에 손이 닿기에 여태까지 써 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잠시 후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다음부터는 편지를 태워서 하늘로 올려 보내.” 아이가 잠든 후 나는 밖으로 나와 그 편지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편지 몇 통을 읽었다. 그중 하나가 나의 맘을 또 흔든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 봐 아빠한테는 얘기 안했어, 아빠가 날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나는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아빠가 야단쳤는데 나는 끝까지 얘기 안 했어. 엄마, 나는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 아빠도 나만큼 엄마가 보고 싶은가 봐, 근데 나 엄마 얼굴이 잘 생각 안 나. 내 꿈에 한 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응? 보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대. 그래서 나 매일 엄마 사진 안고 자, 근데 엄마 왜 안 나타나? 응?... 그 편지를 읽고 나는 또 엉엉 울었다. 도대체 아내의 빈자리는 언제쯤 채워질까?

2. 남편의 빈자리.
여보!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어요.
언젠가 꼭 당신과 제가 산 세월을 글로 쓰고 싶었는데...
당신 가신 지 벌써 2년 8개월이 되었군요. 오늘 주일 예배 드리고
정선이와 같이 당신께 들렸어요. 장길이는 공부하느라 독서실로 갔고...

여보! 정선이가 10월 15일 결혼해서 외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당신이
봐도 흡족한 신랑 만났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또 어머님도 그런대로
건강하셔요. 장길이도 목표를 세워놓고 열심히 공부하니 내년 2월
시험에 꼭 승리하리라 믿어요. 기도해 주세요. 저도 건강히 열심히
하나님 믿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한시도 당신 생각이 떠나지
않아 너무 슬퍼요.

여보! 천국에서 당신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만 다
결혼시키면 당신 곁으로 가고 싶네요.
어머님께 당신 계실적보다 더 잘해 드리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마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 여보, 사랑해요. 안녕...
편지 받는 이(고인)우응범 편지 쓴이 윤춘미.

첫 번째 사연은 2002년 출간된 책 제목. 두 번째 사연은 2000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화장장. 벽제, 용미리 납골당에 올려놓은 사연 중에서 선별한⌜눈물의 편지⌟내용이다. 출판초기 구입한 책, 몇 장을 읽든 아내가 부담이 되었는지 당장에 버리라하여 책장 뒤에 숨겨놓았었는데, 강산이두번이나 변했으니 이제는 사연속의 자녀들도 청년과 중년의 세대들이 되었을 듯. 부모도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하고... 지금 또 다시 이 책을 본다면 아내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기쁨도 슬픔도 아픔까지도 세월과 함께 그렇게 지나간다. 목양과 함께 살아온 여유롭지 못한 사역의 여정에서 몸으로 감당한 아픔과 눈물, 사랑하던 이들을 떠나보낼 때는 그저 가슴이 먹먹한 때도 있었는데...

문득 20대 젊은 어느 날 지방 출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열차도 끊어지고, 버스도 끊겨 가방 든 채로 길가에 서있는데, 지나던 트럭한대가 서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 방향을 말하니 타라하여 꽤 먼 거리를 가면서 그가 한 사연이 기억에 떠오른다. 자기는 차를 운전하고 전국을 다니는데, 누구나 태워주는 것은 아니고, 길가다가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어린아이 의 손을 잡고 가는 아주머니를 보면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다면서 자기 홀 어머님께서 가난 속에 머리에 이고 다니는 장사로 모진세파 헤치시면서 자기 여러 형제들을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그분도 지금은 구순(九旬)을 향하고 계실 터인데)...

그런데 아까 서있는 모습을 보니까 이상하게 태워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날도, 평생을 기도로 살아오신 어머님의 기도 응답이라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간직하고 있는 남이모르는 사연들, 그 사연의상처가 크면 클수록 잘 극복한 이들마다 주변을 돌아보는 삶의 지경과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는 안목이 넓어진다. 그 상처 모두를 소중한 인생의 보물지도라 표현한 이들도 있다. 삶의 지혜를 깨달은 솔로몬의 말씀대로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전7:1~6,).

누구에나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연들 이지만, 어떻게 살까? 품은 야망과 욕망이 크면 큰 만큼 경쟁자들도 많으나, 어떠한 모습으로 마칠까? 생각하면 보이지 않던 이웃들이 보인다. 자신의 떠남을 아쉬워할 모두가 소중한 이들이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함 모르고 사랑의 메마름으로 위기에 있는 이들의 사역과 가정에도 그 사랑이 풍성하기를 기도 드린다. - 샬 롬 -



전체 12

  • 2021-01-19 11:04

    아프론 10줄 이내로 쓰고 샬롬바람~


  • 2021-01-19 11:04

    이내를
    내외로 바꿈.


  • 2021-01-19 11:07

    목사님 체험담이신가요?


  • 2021-01-19 11:12

    오재영 목사님!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추운데 잘 지내시지요?
    어디에서 이 기사내용을 저도 본것 같아요
    그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는데
    또 한번 아프네요!

    저는 목사님 이런 글은 7페이지를 쓰도
    민목사님과는 다르게 다 읽을 수 있어요^^
    감기도 코로나도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2021-01-19 11:23

      우리끼리 노는거니깐^^


      • 2021-01-19 11:27

        마자요^^
        제가 글투도 목사님을 닮으려고 하네요 ㅎㅎ


  • 2021-01-19 19:08

    권사님!
    지난 성탄절에 올린 ‘초롱 꽃 화관,’연말에,
    ‘공손히 인사드립니다!’덕담은 압권으로 권사님에 대한
    저의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아~ 본심이 저런 분이구나...
    詩性, 누구에게나 주신 달란트 아닌데, 잘 관리하세요.
    권사님 행복하세요...


    • 2021-01-19 21:25

      목사님!
      처음에 이 게시판에 들어 왔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제가 목사님께 버르장머리 없이 글을 썻습니다.
      그 점 사과드립니다.
      어느 목사님이 직접 저를 만나고서는
      글로써 엄청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야리야리 하시다고 그랬습니다ㅎㅎ
      그 말이 제 마음에 듣기가 좋았습니다.
      저 원래 야리야리 하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아요^^
      처음보다는 게시판에서 제 눈꼬리가 점점 내려오고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네요^^
      이것도 저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목사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2021-01-19 19:11

    전에 아침마당의 “트로트가 좋아”에 출연한 김 기탁 이라는
    남편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하였습니다. 가사와 그 감정이 가수
    조 항조씨보다 더 애절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불경스럽지만 한번 올려 볼까요?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있네~
    언제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엇어~

    저마다 처음인 듯 사랑을 하면서도
    쓰라린 이별 숨기고 있어도
    당신도 그런저런 과거가 있겠지만
    내 앞에선 미소를 짓~네요
    언제한번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소리 내어 울어 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엇어

    언제한번 그런 날 올 까요
    가슴을 열고 소리 내어 울어~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 세월이 너무 길 ~ 어 ~요 ~

    ※.우리는 모두가 복음에 恨이 서린 이들인데,
    울림은 무명트로트 가수의 절절함 만도 못한이들이
    어째서 그 열정을 엉뚱한 곳에 쏟아 붓는지...
    역병중에 모두 행복하십시오.


  • 2021-01-19 22:53

    긴재탁은 아니져?


  • 2021-01-20 09:51

    동학쓰려고 남겨노음.


  • 2021-01-21 22:15

    오재영 목사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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