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께.
현재 ‘감리회소식’이 ‘자유게시판’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입장표명이나 감리회정책과 관계되지 않은 내용 등
‘감리회소식’과 거리가 먼 내용의 글은 ‘자유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앙의 장군 나희필 장로이야기...

작성자
오재영
작성일
2021-04-29 13:59
조회
632
1968년경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전방시찰을 마치고 육군의 군단장이상 주요 지휘관들을 위한 만찬파티를 춘천에서 베풀었다. 특히 대통령이 베푼 만찬자리이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이 행사의 준비는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만찬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밝은 미소로 대통령자리에 앉았다. 이 만찬장에는 2군단예하 사단 중 3개사단장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에 그 날의 주인공 나희필 준장도 초청을 받았다. 위로는 국방장관으로부터 대장, 중장 등 육군 고위급 장성들이 참석했는데, 나 준장은 자신의 부대 운영에 대한 보고를 대통령 앞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보고가 끝나자 박 대통령은 나희필 장군에게 사단운영에 탁월한 지휘능력을 발휘한데 대해 높이 치하한다면서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습을 본 군 고위급장성들은 이제 나희필 준장이 드디어 8년 만에 소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부러운 눈길들을 보냈다. 이어 박대통령은 자기 앞에 있던 빈 술잔에 술을 가득히 따랐다. 바로 옆자리의 국방장관을 비롯하여 사령관, 군단장들은 일제히 누군가는 오늘 그야말로 임금님의 어사주(御賜酒)를 받는다는 기분으로 잔뜩 기대감에 차있었다.

박대통령은 넘실거리는 술잔을 조용히 들더니 장관과 대장, 총장도 다 지나치고 나희필 준장에게 그 술잔을 권하면서 사단운영을 정말 훌륭하게 잘 했다는 또 한 번의 격려와 함께 “축하의 술잔이요”하면서 손수 잔을 권했다. 그런데 이날 만찬장 사건의 발단은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났다. 나희필 준장은 모태 신앙으로 어머니로부터 자상한 신앙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미 초등학교시절부터 기도의 응답을 받으면서 신앙생활을 하였고, 그 후 군대 생활의 그 수많은 술자리에서 술은 입에 댄 적이 없었다.

특히 사관학교를 졸업할 때 그를 유별히 아끼던 직속상관은 장교가 술을 피하면 대인관계도 멀어지고 앞으로 진급에서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경험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나 나희필은 장교로 임관되는 그날부터 자주생기는 파티장소의 술자리에는 항상 콜라 잔만이 외로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술 마시는 사람보다 더 즐겁게 술좌석을 이끌어가는 성품이었다. 뿐만 아니라,후일 그가 부임하는 부대마다 장병들을 항상 신앙으로 보살펴 주다보니 장병들의 근무사기는 날이 갈수록 왕성해졌고, 군대내의 각종 안전사고가 현저히 줄었다.

당시 1군 사령관이었던 한신 장군은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이러한 현상에 감동하여 신앙전력화, 전군 신자화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나장군이 부임해온 27사단의 장병들 중 기독교인 장병은 11%에서 25%로 늘어났다. 잘 먹이고 잘 훈련이 되고 신앙으로 잘 무장된 우리의 국군은 세계 최고의 강군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이때부터 군 지휘관들이 가지게 되었다. 즉 우리국군은 (신앙)이라는 첨단 무기를 각자가 하나씩 더 소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신앙전력화로 인해 27사단을 모범사단으로 만든 나 장군에게 오늘 대통령으로부터 격려와 함께 축하의 술잔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권하는 축하의 술잔을 나 장군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계속 받지 않고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이날 대통령이 술잔을 들고 있던 시간은 불과 1분도 채 안되었으나 이 광경을 바라본 만찬장의 사람들의 느낌은 10분은 더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장군이 술잔을 받을 때까지 박대통령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계속 술잔을 나장군의 가슴 앞에 대고 있었다. 이 순간부터 화기애애하던 만찬장은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적막감에 쌓였다. 그런데 이 광경을 아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특별히 그 자리에 초청된 장병들이었다. 그들이 호기심으로 본 이유는 평소 자기 사단장은 “신앙인은 절대 술을 과음해서는 안된다”고 했으며 또 자신은 오늘까지 술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입에 댄적이 없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 사단장이 오늘 대통령이 권하는 축하의 술잔도 끝까지 받지 않을 것인지...

한편 만찬장의 시선은 이제 술잔을 권하고 있는 대통령의 표정으로 쏠렸다. 분이차면 육영수 여사에게도 담배 재떨이를 날렸다는 말도 있는데, 오늘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술잔을 거부하고 있는 사단장에게 과연 어떤 돌출상황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면서… 이 순간을 가장 안절부절 한 사람은 나장군의 직속상관인 국방장관이었다. 이러다간 틀림없이 술잔을 내동댕이칠 것 같은 예감이 장관의 머리에 순간 전광석화같이 지나갔다.

나장군이 이처럼 술을 절대 입에 대지 않겠다는 것은 바로 하나님과의 한 번 맺은 그 약속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대통령의 체면을 봐서라도 모른 체 하고 받아 마셔버릴까? 그러나 나 장군은 하나님과의 약속한 그 굳건한 믿음의 정절을 결코 버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나 장군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각하, 저에게는 술 대신 콜라나 사이다를 주십시오! 저는 술을 못합니다.” 일언지하에 대통령의 축하술잔을 거부해버리자 대통령은 나 장군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 날의 이 순간을 지켜봤던 한 장군은 이렇게 회고했다. "마치 폭탄이 터지고 난 후 엄청난 정적 속에 잠긴 것 같았다." 대통령이 친히 술을 따라 내민 술잔을 딱 잘라 거절한 예가 있었을까? 순간 대통령의 굳은 표정을 본 국방 장관이 벌떡 일어나, "각하 나 장군은 원래 술을 못합니다. 그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하고 잔을 뺏다시피 하여 단숨에 마셔 버렸다.

대통령의 체면 손상!

그 위기의 순간을 국방장관의 기지로 넘겼지만, 만찬장의 분위기는 이미 좀 전까지 오르던 흥이 가라앉고 말았다. 만찬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대통령은, 의기소침해 있던 나 장군에게 다가가더니, 조용한 음성으로 "니가 진짜 기독교인이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만찬장을 떠났다. 이슬람권 국가원수가 방문하는 나라의 만찬석상에서 양국 국가원수가 건배를 할 때 어떤 종류의 술을 사용하느냐를 두고 양국 외교팀의 사전 의논과 준비는 항상 골칫거리라고 한다. 그러나 국빈만찬에서 건배의 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순서로 진행된다. 참고로 아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공식 만찬석상에서 축배를 거절당한 예는 이때가 아마도 처음이요 마지막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이날 만찬이 끝났을 때, 박종규 경호실장이 나희필 장군에게 다가와 "선배님, 해도 너무 하셨습니다! 꼭 그렇게 각하에게 망신을 주었어야 합니까? 국군의 통수권자요 대통령으로서 축하의 술잔을 권하면, 정중히 받아서 입잔이라도 하는 척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분초를 따지며 대통령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펴야 하는 경호 실장으로서, 이날의 그 순간의 초조함과 그 고뇌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후, 선배 장군들이 그에게 다가와, 대통령 앞에서 너무 경솔했다며 질책을 했다. "이 사람아 별을 하나 더 달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인데,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나? 내일 아침 일찍 책상 정리나 하게…”

관사로 돌아온 장군은 매우 불안해야 할 자신의 마음이 오히려 평안함을 느끼면서, 내가 과연 그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내일 당장 청와대에서 어떤 책벌이 떨어져도 괘념하지 않겠다. 내가 하나님을 믿으니 하나님께서 나의 앞날을 책임져 주시겠지, 내가 육사를 졸업할 때, 구 대장께서 장교가 되어 술을 마실 줄 모르면, 출세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러나 나를 오늘에 이르도록 인도해주심은 바로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기도와 함께 깊은 명상에 잠겼다.

그런데 나희필장군은 왜 술을 그토록 싫어했을까? 그것은 아마 어린소년시절, 술을 자주마시는 할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께서 항상 고생하시던 모습이 그가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동안 항상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더 크게는 당시 평양에서도 소문난 전도사인 어머니(임태화)의 눈물의 기도가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로 자신이 모태신앙인으로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인생을 사는 동안 술의 즐거움보다 후회스런 일들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편 군복을 벗을 것으로 생각한 나 장군은, 다음날 책상 정리를 끝내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문책은 오지 않고, 오히려 별을 하나 더 달고 소장으로 진급, 육군본부 작전 참모부장으로 영전이 되고, 다시 3군 사령부 창설의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다.

나희필 장군의 또 다른 일화...

월남전이 치열할 때, 우리나라 장성들과 고위급 인사들이 월남으로 향할 때, 꼭 대만의 한 호텔에서 1일 숙박을 하는 것이 상례였다. 잠이 들 무렵 호텔 지배인이 나 장군 방을 노크 하더니, 정중히 인사를 하고 책 한 권을 건넸다. 여자들의 나체 사진첩이었다. 한 사람 골라 주시면 보내 주겠다고 했다. 물론 비용은 출장비에서 계산이 다 끝났다 고 했다. 그러나 나장군은 이를 거절하고, 내일 새벽 교회를 가야 하니까 교회 위치나 알려 달라고 했다.

그 후 이 호텔 지배인은, 한국의 고위 인사들이나 장성들이 이 호텔에 유숙할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호텔 건립 이래 그렇게 청렴한 사람은, 과거도 지금도 오직 한국의 나 장군 한 사람 밖에는 없었습니다."전쟁터로 향하는 군인이, 그것도 공짜로 수청(?) 을 들겠다는 아가씨와, 하룻밤쯤 보는이 없는 곳에서 보낼 수가 있었는데도, "하나님은 항상 나와 함께 하신다"라는 평소 남편의 믿음이 그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아내의 간증이다.

나 장군이 육대 총장에서 만기제대 예편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대통령은 “나희필이는 더 있어야 할 인물인데”하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나 장군이 제대 후 어느 날 밤 심야에,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보부의 차장보 자리의 인선문제로 며칠 밤을 고민하던 김재규 부장은, 문득 나 장군이 생각이나, 새벽 두 시에 전화를 했다. "나 장군이야 말로 바로 이 자리에 앉을 가장 적임자요,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시오." 당시 차장보 자리는, 중앙정보부의 막대한 예산 집행에 관여하는 요직이기 때문에, 청렴결백이 요구되는 인물을 추천해야만,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수가 있었다.

김재규 부장의 보고를 받은 대통령도 흐뭇한 표정으로, "일국의 국가 원수가 친히 권하는 축하의 술잔도,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믿음의 장군 나 희필이야 말로, 그 어떤 압력도 부정도 유혹도 거부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잘 추천했다"며 흡족해했다고 한다. 또한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도 대통령께서는 나 희필장군에 대한 칭찬을 자주했다.

얼마 후 대통령은, 나 희필을 다시 장관급인 비상 기획원 위원장 자리로 영전시켰다.
그런데 만일 이때 영전이 안 되었더라면,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만찬의 자리, 대통령시해 현장에 나희필은, 김재규 정보부장과 함께 꼭 참석을 해야만 되는 확정적 인물이었지만, 자리이동으로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14년이 지난 1993년 9월 16일 나희필 장로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나장군은 임종을 앞두고 새문안 교회 김동익 목사의 기도를 받는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담임목사를 위로하면서 "목사님 제가 목사님을 잘 보필하지 못하고 먼저 떠납니다.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목사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찬송가 455장을 좀 불러 주시겠습니까?"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청초한 가을 백합화처럼,
젖먹이 아이가 어머니의 품 안에서 포근히 잠든 모습처럼, 그는 주님의 은혜 안에서 그동안 믿음의 길을 따랐던 삶을 마치고 편안한 모습으로, 두 팔을 활짝 펴시고, 이제 그만 나에게로 오라 부르시는, 주님의 품안에 안겼다.
(참고 2000년 기독공보 신앙의 장군 나희필장로 재인용).

글을 마치며...

자기부인(自己否認)을 전제로 자기 십자가(十字架)를 지고 정로(正路)를 향하는 이들마다 그 앞에 시련과 생의 위기가 있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찌들어있고 숨겨져 있는 오만함과 방자함의 자아(自我)를 깨뜨리시려는 주님의 허락되신 은총이다. 신앙은 객기와 허세가 아니기에 어떠한 형편에 있든지 정로(正路)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결코 후회할일이 오지 않는다.



전체 4

  • 2021-04-29 16:4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1-04-29 20:07

    목사님!
    격려 고맙습니다.


  • 2021-04-30 11:44

    나희필 장군은 세상의 군대에서도 장군이셨지만, 신앙의 영적 전쟁에서 장군이셨네요..
    좋은 신앙의 모범이시네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4-30 14:51

    마음에 살아있는 믿음이 있는 이에게
    고난과 시련은 언제나 많은 이들에게
    감화와 감동을 주지만 그런 산 믿음의
    사람들이 너무 희귀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사항 관리자 2014.10.22 64239
공지사항 관리자 2010.12.29 62306
13707 송상현 2023.12.07 945
13706 김정하 2023.12.06 257
13705 박영규 2023.12.01 141
13704 송상현 2023.12.01 430
13703 홍일기 2023.11.27 208
13702 장병선 2023.11.26 275
13701 박영규 2023.11.24 143
13700 함창석 2023.11.24 201
13699 장병선 2023.11.23 488
13698 홍일기 2023.11.23 256
13697 홍일기 2023.11.23 239
13696 최세창 2023.11.22 226
13695 장병선 2023.11.22 286
13694 이현석 2023.11.21 446
13693 장병선 2023.11.21 600
13692 함창석 2023.11.20 239
13691 홍일기 2023.11.20 252
13690 홍일기 2023.11.19 270
13689 홍일기 2023.11.18 248
13688 함창석 2023.11.18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