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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 보는 영화 "밀양"

작성자
최천호
작성일
2020-09-12 15:19
조회
438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1.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남편을 잃은 서른셋의 신애, 그는 피아니스트의 꿈과 남편을 통하여 얻으려는 행복을 잃어버리고, 남편을 죽게 만든 며느리라는 시집식구들의 눈총을 피해 마지막 남은 혈육인 아들 준을 안고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향한다.
여기서 영화는 인간의 삶이란 행복을 얻어 저축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라는 말하는 것 같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신애는 자신의 불행을 감추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하여 여기저기 땅을 보러 다니며 돈이 많은 것처럼 과시하지만, 정작 그는 가진 것이 별로 없이 허영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불행한 여인이다.
낡은 승합차를 운전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웅변학원을 운영하는 박도섭, 학원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미래의 꿈을 말하고, 착한사람이 되라는 선(善)을 가르치지만, 실상 중학교 3학년인 그의 딸은 불량청소년으로, 자식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의 모습을 자애로운 얼굴로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불행과 무능, 탐욕 등 슬프고 부끄러운 민낯과 솟아오르는 죄악의 본능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 세계에서는 무서운 죄악이 반복되어 일어난다.

2. 어렵고도 힘든 용서, 하나님의 용서를 흉내 내려다 실패하는 인간
유일한 희망인 아들, 준마저 유괴당하여 주검으로 돌아와 화장터에서 눈물조자 흘리지 못하는 절망에 빠진 신애,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는 날, 교회부흥회 현수막이 눈에 들어와 집회에 참석하여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토해내며 통곡하고, 마음에 평안을 얻고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지만, 강요처럼 들려오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용서하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살아보기로 결단하고, 자신의 믿음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행함을 보이려 교도소 갇힌 박도섭을 찾아가 “내가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당신을 용서하겠노라.”고 말할 때, “나도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나 같은 죄인의 손을 잡아 주셔서 용서함을 받았다.”고 평온한 모습으로 말하는 박도섭의 말을 듣고, 신애는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뭔데 저 살인자를 용서해주시느냐?”며 기절해 버린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미장원에서 일하는 박도섭의 딸 정아를 만났고, 자신의 머리를 자르다 눈시울을 붉히며 용서를 바라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미장원을 뛰쳐나오는 신애를 통하여 “하나님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여도 사람은 사람의 죄를 용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볼 수 있다.

3. 하나님의 말씀과 우리 삶의 괴리,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밀양기독교 연합성회가 열렸을 때, 목사의 설교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첫째 훈련하는 삶, 둘째 더불어 사는 삶, 셋째 사명을 감당하는 삶, 세 가지를 교인들에게 따라 하게하고, 통성으로 기도할 때, 신애가 방송실에 침입하여 훔쳐 온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음으로 목사의 설교, 그리고 그 설교를 아멘으로 받고 주여! 외치며 뜨겁게 기도하는 성도들의 행위가 거짓말이라고 하나님께 항의하고 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이라는 가사가 흘러나올 때, 화면은 마이크를 잡고 기도하는 목사, 열정적으로 두 손을 들고 몸을 흔들며 기도하는 성도들을 비추고, 그 자리를 뛰쳐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신애는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믿는다고 고백하는 교인들도 실제 삶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한다.
다음날, 자신에게 전도한 약국집 집사 남편, 평생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살아 온 사람, 교회에서는 장로요 사회에서는 약사인 그가 자신의 유혹에 쉽게 넘어와 죄악을 행하는 그 자리에서 신애는 자신의 몸을 그에게 내어주고, 반듯하게 누워 하늘을 향하여 “뭐해! 안보이냐고! 보이지 않냐고!”라고 말하고 있다.

4. 카센터 사장 종찬
늦도록 결혼하지 않은 종찬은 카센터 사무실에 다방레지를 불러 놓고 그의 젖가슴과 치마 속을 궁금해 하고, 신애가 피아노 학원을 개업 하였을 때, 가짜 상장을 만들어 걸어주며 “이런 거 하나쯤 걸어 놓아야 소문이 쫙 나서 아이들을 많이 보낼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 에 흔하고 흔한 남자이고, 그가 신애를 따라 교회에 나와 차량 안내와 노방전도도 하지만, 세상 친구들을 만나면 전혀 변화되지 않는 사람, 자동차에 십자가를 걸고 다니며 “요새도 교회에 나가세요.”라는 신애의 동생, 민기의 질문에 “처음에는 신애씨 때문에 다니게 됐는데, 이제는 버릇이 되어 그냥 다닌다. 안 나가면 섭섭하고, 나가면 마음이 편안하다.”라고 말하는,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번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하여 교회에 나오는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이다.

5. 결론, 왜 밀양인가?
밀양(密陽)은 사전적으로 “빽빽하다. 촘촘하다. 고요하다. 조용하다.”와 “볕, 양지, 밝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 신애는 준과 함께 밀양에 가까이 와서 자동차가 고장 나 카센터 사장 종찬을 기다리면서 개울에 앉아 “햇볕이 좋다.”고 말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신애는 작은 거울을 가지고 집 마당으로 나와 미장원에서 자르다만 머리를 스스로 자르는데, 잘린 머리가 바람에 쓸려가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은 마당 끝,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한 수돗가를 비추는데, 가위에 잘려져 바람에 쓸려가는 신애의 머리카락은 과거 고통의 단절을 말하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신애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것 같다.
화면이 멈춘 흙 웅덩이에는 물이 조금 고여 있고, 쓰다 버린 듯한 플라스틱 빨래판, 수도 호스 한 토막과 변기 막힐 때 사용하는 “펑”이라는 상표가 붙은 빈 용기가 거꾸로 놓여 있는데, 물이 조금 고인 낮은 웅덩이를 조용히 비추는 빛은 지금까지 신애가 올려다보며 원망하던 하늘에서 내려왔다.
탐욕의 계절인 여름에서 시작한 영화는 가을로 들어섰고, 행복을 얻으려다 도리어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잃어버려 고통스러워하는 신애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짧아진 가을볕이 그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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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2 19:46

    가을 햇살은 우리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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