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자벽하여 선출하기를 동의합니다.

작성자
최천호
작성일
2020-11-01 21:03
조회
887

기독교 대한감리회 34대 총회가 마쳤다.
총대가 아니라서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상으로 서기선출에서 의장과 일부 회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을 잠시 보았다.
연회나 지방회에서 개회 후 첫 번째 안건이 서기선출인데, 대부분 의장인 감리사나 감독에게 임명권을 주겠다는 뜻으로 “의장이 자벽하기를 동의합니다.”라고 발언한다.
29회 총회의 상황을 감리회 게시판 올라온 것을 검색해보면 이렇다.
“먼저, 서기를 선출하겠습니다.”
“총회서기 선출건 상정합니다.(의사봉 3번 침)”
“총회서기를 어떻게 선출하면 좋겠습니까?”
회원 1 : “의장이 자벽하여 선출하기를 동의합니다.”
회원 2 : “재청합니다.”
“부서기는 어떻게 하나요?”
회원 3 : “부서기는 서기가 자벽하는 걸로 하기를 동의합니다.”
회원 4 : “재청합니다.”
우리 감리교회 의회(지방, 연회, 총회)에서는 대부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서기와 부서기를 선출하고 있다.

자벽이라는 말을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자벽(自辟)
1. 한 관아의 우두머리가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천거하여 벼슬을 시키던 제도
2. 회의에서, 회장이 자기 마음대로 임원을 임명함

자벽(自辟)하다.
1. 자기 마음대로 천거하여 벼슬을 시키다.
2. 회의에서 자기 마음대로 임원으로 임명하다.

그러니 “의장이 자벽하여 선출하기를 동의합니다.”라고 발언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자벽(自辟), 자벽하다.”라는 말은 현대인들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여서, 1년에 한번 지방회나 연회에 참석하면 들을 수 있는 감리교회 회의장에서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인터넷 사전 예문에도 “수양은 이번 사행의 수원(隨員)으로 황보인의 아들 석(錫)과 김종서의 아들 승규(承珪)를 자벽하였다.” “수양은 이번의 사행의 수원으로 황보인의 아들 석과 김종서의 아들 승규를 자벽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자벽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된 시절에 사용되었던 한자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2020. 09. 02 인터넷판,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봉독’ ‘당회장’ ‘구속’ ‘자벽’… 뜻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1일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몸으로 보내신 것은 인간의 언어와 문화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우리도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예배 설교에서만이라도 교회 사투리를 걷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략

교회의 정기총회 때 질서유지를 맡은 봉사자를 지칭하는 ‘흠석사찰’이나 회장 뜻대로 임원을 임명한다는 ‘자벽’도 어려운 교회용어다. 우리나라 선교 초기부터 사용하던 이런 용어는 ‘안내위원’과 ‘임명’으로 순화해야 한다.
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목회자들이 단어를 선정할 때 더욱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면서 “교회 사투리를 고집하면서 전도하는 건 어렵다. 교회 안에 있는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감리교회에서도 이미 2000년대 초반 기독교 타임즈에서 이 문제를 기사화한 것을 기억하고 검색 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기독교 타임즈에서 그때 기사를 찾아서 다시 기사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감리회 게시판에서 글을 올리는 이들이 잘못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조묘희 목사님의 점잖은 지적과 꾸짖음에도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잘못된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기초적인 것인데, 가장 흔하게 잘못 사용하는 것이 “감리회나 감리교회를 감리교로, 기독교 대한감리회를 감리교단”으로 쓰는 것이다.

자벽(自辟), 자벽(自辟)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감리교회 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들은 자벽(自辟) 무슨 뜻이지 몰라 당황해한다.
자벽(自辟)이라는 단어가 감리교회 의회에서 사용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적인 용어나 회의 때만 쓰이는 전문용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아있는 언어는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쉽게 이해해야 한다. 회의 때마다 현대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자벽이라는 단어, 1년에 한 번 사용하고 묻어두는 죽은 언어를 이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 전국 감리교회 지방회가 개회되었을 때부터 이렇게 발언했으면 좋겠다.
“의장! 서기는 의장께서 임명하시고, 부서기는 임명된 서기가 추천하는 이를 의장이 임명하기를 동의합니다.”

부서기도 서기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의장이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마치고 맞춤법이 잘 되었나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검색하면 ‘자벽’을 ‘자복’이나 ‘차벽’으로 고치라고 나온다.

전체 4

  • 2020-11-01 21:05
    그림은 단양 영춘입니다.

  • 2020-11-02 09:00
    옳습니다. 아멘입니다
    그리고 단양 영춘은 제 아내의 출생지입니다.

  • 2020-11-02 09:50
    최천호 목사님 강이 영춘면 마을 일대를 U자로 감아돌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참으로 보기 좋은 사진입니다.

  • 2020-11-02 10:51
    동강이 가쁜 숨을 멈추고 휘감아 도는 영춘,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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