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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켜지는 골목

작성자
백승학
작성일
2020-08-13 12:47
조회
341
달빛이 켜지는 골목

백승학

재개발 예정지의 인적 없는 골목을 우연히 지나는데
때마침 이슬이 내리듯이 어둠이 내려왔다.
아직 불을 켜지 않은 긴 그리움 하나가 골목 끝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 때는 정겨웠을 살림들이 맥없이 부서져 내리고
오래 지난 가로등엔 무심한 시간만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꿈같은 날에
부디 아프지 말라 하던 주인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는 강아지 한 마리가
가로등 꼭대기를 올려보며 서 있었다.
남겨진 옷자락에 끝도 없이 몸을 비벼대었는지
광을 낸 낡은 구두처럼 슬픈 윤기를 유지한 채 강아지는
사료를 아끼듯이 기다려야 하는 이유 또한
아껴 두었던 것인지
어두워지는 가로등 너머로 어느새
달빛 하나 켜지는 것을 날마다 바라보았으리.
그러다가 꿀벌이 잉잉대듯 아스라히 어둠이 깊어가면
그리움 만큼 길고 먼 잠 속으로 마침내
빠져들고 싶었으리.

- 덧붙이는 말
"왜 이리 힘들어, 산다는게! "하는 가사의 가요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이 그립지도 힘들지도 않았다면 인생이 왜 아름다운지 거의 몰랐을 것이다"하고 말한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접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극복만이 전부인 것을"하고 말하며 가시에 찔린 상처가 덧나서 죽어가면서도 붉은 장미를 사랑했습니다.
남은 오후도 붉은 장미처럼 싱그럽고 빛나는 시간 되세요!

https://greenword.postype.com/series



전체 2

  • 2020-08-13 13:53

    목사님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0-08-13 14:00

      감사합니다. 소중하고 행복한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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