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서드】아세기행(亞歲奇行)

작성자
함창석
작성일
2021-01-03 20:26
조회
241
묵은세배 기행

시인/ 함창석 장로

동지가 지난 지 한 주가 지났으니 해가 노루 크기만큼 길어졌을까? 소 누운 자리만큼 길어졌을까? 가장 길었던 밤은 지나고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진다는 날이다. 아세, 작은설이라 하여 예전에는 묵은세배도 다녔던 기억이 난다. 동짓날은 서당 입학식을 하였는데 아마도 학문에 새 출발을 한다는 각오와 결심이 있었던 조상들의 지혜가 있어 보인다.

12월 29일 아침 10시 예정대로 고향을 향하여 차에 오른다. 며칠 전부터 아내와 조율을 거쳐 출발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 고향이라 추억도 있고 한해를 마무리하며 성묘도 해야 하고 고향에 여러 가정들이 도시로 떠나고 몇 가정 남지 않은 친인척들도 묵은세배를 올리며 친목을 해야 하겠기에 별 부담이 없다. 하지만 같이 산지 40여년이 지났어도 아내는 아직 남편의 고향이 낯설기에 동행으로 따라 나선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외곽도로를 지나 소초를 지나고 전재를 넘어 관말 시장에 도착하여 작은 선물꾸러미를 마련하기 위해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렸다. 사과와 배 박스를 구매하여 차에 싣고 고향으로 달리고 있다. 진소매운탕 간판이 옆으로 보인다. 고향에서 그래도 높은 산 매화 산자락에 삼형제바위가 있고 운치가 있는 바위들이 여러 개 있다. 새재 진소는 벼랑아래 깊은 소이다. 예전부터 물이 깊어 위험한 곳이었다. 낚시꾼들은 큰 고기를 낚기 좋은 곳이었다.

치악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소공원에는 우리 아버지 공적비가 있고 그 옆에는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송강 정철 시비가 있으며 꽤나 규모가 큰 가천표지석이 가운데 있다. 예전 들판에는 인삼포가 들어서 있다. 고향 후배들 가운데는 인삼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예전 종대거리 고개를 올랐다. 우리 어릴 적부터 있었고 60여년이 지난 잣나무는 아직도 서 있다. 우선 종갓집에 들려 같은 항렬인 종손이 마침 밖에 있기에 과일상자를 전달하고 큰 아저씨는 지병으로 누워계신다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코로나도 염려가 되었기에......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원주 아들집에서 머물며 병원을 다니시던 집안 할아버지뻘인 분이 요즘 고향집에 들어와 계신다기에 들려 과일 상자를 전하였다. 할머니는 누워계신다고 하였다.

산소 바로 아래 있는 친척집은 할머니 혼자 계신다. 들어가 인사를 하고 과일 상자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눈 후 나왔다. 조상 묘소 인사를 올리기 전에 살아계신 분들부터 인사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우리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큰 아들이 기독교회장로라고 하여도 함씨집안사람들을 잘 보살펴달라고 하셨기에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질병과 사업의 실패로 고향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고향을 위해 새마을지도자로 한동안 일을 하셨다. 고향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자문을 하는 등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 등 유익을 나누어주는 일들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보, 도수로, 농경지정리 등 공적으로 마을에서는 소공원에 송덕비를 세우고 칭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뒤돌아 관말 시장으로 다시 올라오며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 놀던 개울가를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목욕을 하며 헤엄을 치던 여름, 썰매를 타고 얼음을 지치던 겨울, 들판에서 메뚜기 잡고 놀던 가을, 시장 놀이터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늘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추억은 아름다운 상상으로 내 곁을 지키고 있어 행복감이 배나 더하여지는 날이다.

다니던 학교를 지나 문재를 넘어 방림 삼거리에서 평창으로 방향을 잡고 아들이 병원을 하는 영월을 향하고 있다. 아내는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며 재촉을 하고 있다. 지나는 거리마다 외부적으로는 많이 변했다. 건물들도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놀라움도 크다.

평창 읍내를 지나 영월 북면을 지나 장릉에 도착하며 영월읍내로 들어서 동강한우에 차를 일단 대고 점심을 먹으려 하였으나 시간이 12시라 우선 병원부터 들리기로 하고 병원으로 갔다.

영월도 코로나 발생으로 아들과 직원들이 긴장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스크미착용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두렵게 느껴진다. 아들도 별로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마음만일까. 아내도 예방접종만 하고 바로 가자고 졸라댄다.

점심은 먹어야 하겠기에 동강한우에 들어가니 발열 체크에 연락처 작성 등 절차를 거치고 자리에 앉아 육회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사골국물을 두 박스 구입하고 차에 올라 원주로 향하는 길이다. 일기예보대로 오후에는 눈이나 비가 온다고 하니 조금 서둘러 탁사정자 등 중간 참을 생략하기로 하고 배론 성지 탑비현판을 보며 달려오고 있다.

농협 남부지점에서 신년달력을 나누어준다는 문자에 아내가 찾아 가지고 가자기에 들렸지만 이미 동이 났다고 하는 안내자 말에 아내는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충분히 준비도 아니 하고 선착순으로 나누어준다니 조금은 분배방법이 황당하기도 하다.

오후 3시경 집으로 돌아와 30분쯤 지났을 때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많이 쌓여 갔다. 아내는 우리는 괜찮지만 아들 퇴근길이 걱정이 된다고 한다. 오늘 하루 묵은세배로부터 시작하여 동네 한 바퀴 돌아온 소감이며 아내가 힐링이 되었다니 참으로 가치가 있는 날이었다.



전체 4

  • 2020-12-30 10:16

    한 사랑 뿐이다

    시인/ 함창석 장로

    사랑 내 사랑은
    꽃가마 타고 가더니

    사랑 내 사랑은
    꽃수레 타고 오더니

    사랑은 한 사랑
    숨을 잠시나 멈추곤

    사랑 내 사랑은
    꽃상여 타고만 가냐


  • 2020-12-30 10:52

    제 뇌리에 익숙한 지명으로 각인된 곳들이라 장로님의 자세한 기행문을 따라 저도 행복하게
    한바뀌 돈 기분입니다.
    힘들었던 2020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더욱 강건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 2020-12-30 12:20

    "아내가 힐링이 되었다니 참으로 가치가 있는 날이었다."
    저도 이런 문구를 좀 익혀야 하겠습니다. 이런 문구를 익혀야지 생존에 좀 더 유리할 듯 싶습니다.


  • 2020-12-30 13:42

    최장로님
    원주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이목사님
    이 소인도 생존전략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949 최세창 2025.02.15 14
1948 함창석 2025.02.15 11
1947 오용석 2025.02.15 30
1946 원형수 2025.02.15 27
1945 함창석 2025.02.14 27
1944 홍일기 2025.02.14 38
1943 오용석 2025.02.13 91
김기태 2025.02.13 73
1942 함창석 2025.02.13 25
1941 안영수 2025.02.12 61
1940 함창석 2025.02.12 54
1939 홍일기 2025.02.12 60
1938 이은총 2025.02.12 60
1937 함창석 2025.02.12 64
1936 홍일기 2025.02.12 62
1935 홍일기 2025.02.12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