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끝자락 산과 계곡을 넘어 자전거 타기
Author
최천호
Date
2024-10-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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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계곡까지
가을이 내려왔는데
활짝 핀 꽃들이 웃고 서 있네
여름날 무섭게 내리쬐는 긴 볕에
색이 바랜 고단한 날개를 접은
벌과 나비들이 이곳까지 찾아올까
바람은 낮은 구름이 되어
월악 영봉을 넘지 못하고
화산 연기처럼 밀어 올리다가
호수 저편에서 쉬고 있으니
숲은 종일 고요하기만 하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둥그런 바퀴가 되어
자갈 위를 소리 내어 구르고
매끈한 길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이 달리다가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는
좀 쉬어가고 싶다 하네
세상살이가 막히는 것 없이
달릴 수만 없음을 잘 알면서도
내리막에 바람처럼 내달리니
시원하다 참 시원해
언제부터인지 두근거리며
울렁거리는 나의 심장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힘차게 뛰는 소리가
가슴을 치고 올라 귓가에 들리네
영원한 청년이 된 윤동주 님의 시처럼
안경 너머로 모니터 속의
내 심장을 들여다보며
부정맥이라 진단하는 젊은 의사는
내 마음속의 병까지 찾아낼 수 없다
저기 높은 산을 돌고 넘어서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나오는데
서산을 넘는 붉은 해는
오랜 세월에 찌든 겉옷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젊은 날 그 많고 많은 이야기를
애증처럼 매달고 서 있는 사과나무에
붉은색을 덧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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