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Author
오용석
Date
2024-10-04 21:31
Views
263

정회원 목사가 되고 처음으로 감독과 감독회장 선거를 하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장으로 가는 승합차에 올랐다.
승합차엔 선배 교역자들이 여럿이 타고 있었다.
낯설고 불편한 자리였지만 가는 내내 설렘이 있었다.

투표장 도착을 10여 분 앞두고 달리던 차가 어디에선가 멈춰섰다.
잠시 쉬어가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누군가를 만나려는 것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 다가온다.
아는 이다. 아주 잘 아는 이.
문이 열리고 그가 차 안에 있던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동시에 우리도 그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가 차에 오르나 싶었다.
헌데 그는 차에 오르지 않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인다.
하얀색 편지 봉투.
곧이어 한 사람씩 골고루 나눠준다.
아무도 거절하지 않는다.
당연히 받을 걸 받거나 늘 받아왔던 듯 익숙하다.

그때 첫경험을 했다. 감리회 전통이란 걸.

투표장으로 가는 차 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가야하는 차는 집이 아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누군가 예약을 했는지 먹음직스런 음식이 명 수 대로 차려져 있다.
먹기에 앞서 (겁대가리 상실하고) 물었다.
"이 밥은 누가 사는 것이냐"고.
밥맛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선배들의 난감해했던 얼굴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결국 그 중 한 사람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내가 살테니 걱정하지 말고 먹어"
믿고 먹었다. 헌데 거짓이었다.새빨간.

나중에 받은 봉투를 돌려주었다.
먹은 것은 토해낼 수 없어 밥값을 쳐서 주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중에 한 사람이 나중에 그랬다.
"이 판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 말이 맞았다.
그 뒤로 같은 일이 반복이 되었다.
시간과 형태만 달라졌을 뿐.

이번 선거과정에서 벌어진 미(친)담도 있다.
굴비 한 두름
한우 선물세트

추석이라고 선물로 주는 것이라 했겠지만
그럴 리 없지.
모를 리 없지.
감리회 귀한 전통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 없지.

세상에서 사라졌거나
엄히 다스리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할 그 짓을.
백주대낮도 서슴지 않는다.

받은 자는 말이 없다.
아니 입이 없다.
주님도 모르게 하는 은밀한 거사들.
현대판 가룟 유다들.

희망이라 했나?
그걸 줄 수 있다고 했나?
세상에? ㅎㅎ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셔서
아들을 죽이셨는데

교회는 세상을 사랑해서
세상을 닮다 못해 세상을 넘어 섰다.

다음 선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직 취임도 안 했는데.



Total Reply 1

  • 2024-10-05 14:51

    언젠가 감독후보가 영양제인지 음료수인지 한 박스를 들고
    내 목양실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자기는 돈 안 드는 선거를 목표로 한다고 하기에,
    "그럼 전건 훔쳐 온 것이냐?"고 했더니,
    그냥 들고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거룩한 사명감을 가지고 목회를 시작한 이들을
    교단의 최고 지도자들이 타락시키는 안타까운 현실,
    그러고도 행사 때마다 최고 어른으로 등장하여 박수를 받는 현실은,
    면죄부를 판매하던 교황청보다 결코 의롭지 않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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