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85강 과부의 헌금 두 렙돈(12:41-44)
2012-09-26 09:00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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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눅 21:1-4>
이 전승의 역사성을 의심하는 학자들은, 예수님이 과부가 생활비 전부를 바쳤는지 어떤지 어떻게 알았는가 의심스럽다고 한다.1) 불트만(R. Bultmann)은 “이 부분은 통일적인 작문이며, 또한 이상적 장면임이 분명하다. 이 이상적 장면에서 그 기본 사상이 구상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 사상의 유사형은 랍비 문학에도, 그리스‧로마 문학에도 있으며, 랍비 문학에서도 이미 이 사상이 이상적 장면으로 수식된 것을 볼 수 있다. 막 12:41-44은 불교 전승의 사화와 특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불교 전승에서 왔다는 가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스(H. Hass)는 이 부분이 원래적 인도 설화라고 가정한다.”2)라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과부의 헌금에 관하여 아신다는 사실은 문제 삼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또한, 다른 종교나 다른 세계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상이한 세계이지만, 서로 유사한 이야기가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본문 중에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43절 중반)가 예수님의 특유의 표현이라는 점과 내용이 예수님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점을 보아 예수님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앞(12:38-40)의 내용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즉, 서기관들의 거짓 의와 가난한 과부의 전심을 다한 헌신(W. L. Lane, R. A. Cole), 힘없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서기관들에 대한 책망과 그런 과부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W. Hendriksen), 서기관들의 탐욕과 과부의 아낌없이 바치는 태도(W. W. Wessel), 서기관에 대한 책망과 과부에 대한 칭찬(이상근) 등을 대조한 것이다.
마가는 이 기사를【41】예수께서 연보 궤를 대하여 앉으사 무리의 연보 궤에 돈 넣는 것을 보실쌔 여러 부자는 많이 넣는데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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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 山口 昇.
2) R. Bultmann, op. cit.,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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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 궤는 가자(γάζα: 페르샤어의 ‘보화’)와 픨라케(φυλακή: ‘간수’,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의 합성어인 가조픨라케이온(γαζοφυλακείον)이며, ‘보화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금고’라는 뜻이다.
이 연보 궤는 미쉬나1) 세칼림(Shekalim) VI. 5에 따르면, 열 세 개의 나팔 모양의 투입구가 있는 궤로서, ‘여인의 뜰’의 벽과 마주보고 있었다.2)
헨드릭슨(W. Hendriksen)은 “히브리 알파벳 글자가 모든 연보 궤에 표시되어 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사용될 돈의 분명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성전을 위한 연보, 제물, 향, 나무 또는 무엇이든지 그 목적에 따라 헌금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수께서 연보 궤를 대하여 앉으신 것3)은 열띤 변론을 마치신 후에 쉬실 겸 헌신의 표인 헌금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보이시기 위한 것이었다. 헨리(M. Henry)는 “우리 주는 우리가 경건하고 자비로운 용도에 헌신하는 것을 주목하신다. 풍족하게 바치는지, 혹은 인색하게 바치는지, 즐겁게 바치는지, 혹은 주저하거나 악의로 바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셨다.”라고 하였다.
예수님은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 6:20-21)라고 하셨다. 실상, 헌금이란 믿음의 유무와 믿음의 강약을 저울질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다.
때가 마침 유월절이라서 전국 각지와 국외 각처에서 많은 참배자들이 몰려와서 헌금하는 것을 예수께서 보셨다. 그 중에 여러 부자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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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쉬나는 미드라쉬라고도 하는데, 할라카(Halachah) 곧 모세 율법에 포함되지 않은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구전이나 관습으로 지켜 내려온 것들을 집성한 것이며, 모세 율법 다음가는 권위를 갖는다.
2) in W. L. Lane. D. W. Burdick, A. E. Sanner, W. W. Wessel, 山口 昇. 반면에, W. Barclay, J. D. Stevens, J. Gnilka(하권, p. 236) 등은 13개의 연보 궤가 있었다고 한다.
3) Ψ, Θ, sy3 사본 등에는 “그가 앉아 있다”를 “그가 서 있었다”(εστώς)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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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었다. 빌러벡(Billerbeck, 11장 43, 44절)1)은 한 사제가 헌금을 받았으며, 헌금하는 사람은 헌금액을 알렸기 때문에 관찰자가 이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중요한 것이 못 된다. 예수님이 그런 사실을 아신다는 것은 그다지 이상스러울 것이 없다.
여러 부자가 많은 헌금을 하는 것과 대조되는 과부의 헌금에 대해, 마가는【42】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라고 하였다.
렙돈은 히브리 동화이고, 고드란트는 로마 동화이다. 아마도 로마의 독자들을 위해 번역까지 해 놓은 것 같다. 두 가지 다 최소의 화폐 단위로 지극히 적은 액수이다.
한 가난한 과부는 두 렙돈 중 하나만 바치고, 하나는 그냥 소유할 수도 있었으나 아낌없이 모두 바쳤다.
사람들이 많은 헌금을 바친 부자들은 칭찬하고, 지극히 적은 헌금을 바친 가난한 과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헌금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랐다. 이 점에 대해, 마가는【43】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연보 궤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라고 하였다.
예수님은 주시려고 하시는 교훈의 중요성 때문에 일부러 제자들을 가까이 오도록 부르셨고, 또한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엄숙한 표현을 쓰셨다.
예수님의 교훈의 요지는,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의 헌금이 그 어떤 부자의 많은 헌금보다 더 많은 헌금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의 많고 적음은 바쳐진 분량이 아니라, 바치는 사람의 믿음과 감사와 헌신에 비례하는 것이다(참조: 창 4:4-5). 그러므로 그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를 헌금을 적게 바치기 위한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과 가난한 과부의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믿음과 감사와 헌신에 대한 모독인 것이다.
랍비 문학에도 위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2) 한 제사장이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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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 J. Gnilka, 하권, p. 237.
2) in W. L. 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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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바치는 한 움큼의 밀가루인 보잘것없는 제물을 거절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날 밤, 꿈속에서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녀를 멸시하지 말라. 그녀는 자기 자신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과부의 헌금이 가장 많은 것이라고 평가하신 이유(원문에는 가르, γὰρ가 있다.)에 대해, 마가는【44】저희는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셨더라라고 하였다.
생활비 전부를 넣었다는 것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 생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과부는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았다(마 6:25-). 山口 昇은 “과부에게는 내일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염려가 없었다.”라고 하였다. 어느 정도의 인격자라면, 믿고 의지하여 자신을 맡기는 사람을 돌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하나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교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없어질 재물을 움켜쥔 채, 지극히 적은 양을 체면치레로 하나님께 바치고 있다.
필자의 www.newrema.com의 저서들: 신약 주석(마-계 8610쪽)/ 난해 성구 사전 I, II권/ 예수 탄생 이전의 구원/ Salvation Before Jesus Came/ 바울의 인간 이해/ 바울의 열세 서신/ 우린 신유의 도구/ 눈솔 인터넷 선교/ 영성의 나눔 1, 2, 3, 4권/ 영성을 위한 한 쪽/ 설교집 20권/ 눈솔 예화집 I, II. (편저)/ 웃기는 이야기(편저).// 다수의 논문들 HP 010-6889-3051 T 02-426-3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