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리아 십자가’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십자가에 M자 형태로 걸린 천을 비판하는 글들이 SNS등에 많이 유포되었습니다. 십자가에 스톨이나 천을 M자 형태로 거는 것이 가톨릭의 전통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십자가에 천으로 장식하는 것은 개신교전통입니다. 감리교, 장로교, 루터교를 비롯한 개신교에서 십자가에 천으로 장식합니다. 이것은 부활을 상징하는 표시로, 부활절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세마포를 상징하는 흰색 천을 걸어 장식하는 것으로 시작된 ‘예술적 상징’입니다. 후에 발전하여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매 주일마다 절기 색에 맞춰 천의 색을 바꾸는 것으로 정착되었습니다. 굳이 왜 M자로 거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대답 외에는 없습니다. 꼭 M자가 아니어도 어떤 모양으로 걸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긴 천을 십자가의 양 팔에 걸면 자연스럽게 M자로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2. 가톨릭교회는 십자가에 장식 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십자가에 천을 거는 것은 가톨릭교회 전통이 아닙니다. 다만 1960년대부터 ‘눈의 금식’이라는 이름으로 고난주간에 강단의 장식들을 천으로 덮는 의식을 시작했는데, 이 때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상을 천으로 가리는 일을 예외적으로 하긴 합니다만, 이것은 전혀 마리아와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예수님상을 가리는 것이지 M자로 거는 것도 아닙니다.
3. ‘마리아 십자가’라는 말은 없습니다. 한국말로 검색하면 개신교의 십자가 천 장식을 비난하는 글들이 주로 나옵니다. 영어, 라틴어, 불어, 독일어로 검색해보세요. ‘마리아 크로스’, ‘크로스 마리안’이라는 사람 이름만 나옵니다. ‘마리아 십자가’라는 이 어단어는 WCC가 이단이라는 비난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몇몇 블로거들의 주장에서 파생한 신조어입니다. 물론 시초가 되었던 블로거들을 보면, 대부분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을 주장하는 얼토당토 않은 극단적 종말론자들입니다.
4. 그들이 주장하는 ‘마리아 십자가’는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카타리나라는 수녀가 1830년에 만든 ‘기적의 메달’에 새겨져 있는 십자가입니다. 물론 십자가에 천이 걸린 문양은 아닙니다. 십자가 아래 M이라는 글자가 첨가된 문양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마리아의 중보를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표시로 사용했던 십자가인데, 이것 또한 십자가에 걸린 천이 아니라, 십가가 오른쪽 아래에 M자를 표기한 모양입니다. 두 상징 모두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 아래 있었던 마리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당연히 대등한 위치의 십자가 양 팔 쪽에 M자가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신교의 십자가에 천을 거는 전통은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개신교의 십자가 천 장식은 ‘마리아 십자가’가 아닙니다. 심지어 가톨릭교회도 자신들의 십자가에 ‘마리아 십자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에 요즘들어 이단들의 도전이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는 기성교회를 무너뜨리는 이단들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글들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신학적이거나 예술적인 상징들까지도 교회의 오점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무기력하게 미혹당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분별하게 목회자들까지도 잘못된 정보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부흥회에서, 성도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예화들 중에 오히려 한국교회의 기초를 흔드는 잘못된 정보들이 예언인 양 선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참석했던 한 부흥회에서 한국교회의 어른이라는 분께서 ‘마리아 십자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치기까지 했습니다.
감리교회의 존경하는 목사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칭찬하는 일에는 과감하시고, 비판하는 일에는 조금 더 신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위키백과 “기적의 메달” http://ko.wikipedia.org/wiki/%EA%B8%B0%EC%A0%81%EC%9D%98_%EB%A9%94%EB%8B%AC
기독공보 “십자가와 장식” 장신대 초빙교수,예배설교학 김명실 목사 http://www.pckworld.com/news/articleView.html?idxno=64640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없어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철원만나교회 오태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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